재정결함보조금과 사학의 자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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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창호 변호사 |
정부는 사립 중·고등학교를 평준화 정책과 무상 의무교육에 ‘강제로’ 편입시켜 왔다. 중학교 평준화 정책은 1968년부터, 고등학교는 1974년도부터 시행되었는데, 평준화가 실시된 지역에서 사립 중·고등학교는 학생선발권이 박탈되었고, 사립 고등학교는 수업료가 공립 고등학교 수준으로 동결되었다. 재정결함보조금 제도는 국가의 평준화 교육정책과 무상 의무교육에 사립학교가 ‘강제로’ 편입되어, 자율적인 수업료 징수권이 박탈되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등장한 것으로 보아야 하는 것이다. 즉, 위헌적인 방법에 의하여 그러한 동질화가 진행된 것이었다.
현실에서는 보다 광범위한 규제가 재정결함보조금 수령 시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사립학교가 수업료를 규제받아 정부의 재정결함보조금을 교부받을 수밖에 없는 상태에서, 그러한 상황을 초래한 정부가 오히려 이를 빌미로 광범위한 규제를 하고 있는 것이다. 사립학교의 자율성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사립학교가 공립학교보다 많은 수업료를 받고 양질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교직원과 훌륭한 물적 시설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나 재정결함보조금을 교부받는 사립학교의 경우에는 교직원과 물적 시설 등에 관한 조직적, 포괄적 규제를 받고 있는 것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에 따라 위와 같은 교직원 및 물적 시설 등에 관한 규제로 인하여, 다음과 같은 결과가 초래된다. ➀ 재정결함보조금을 받는 경우 사립학교의 독자적 자율성이 발현되기가 구조적으로 어렵다. ➁ 따라서 오랫동안(약 30년 동안) 그러한 규제를 받아 온 각종학교는 (재정결함보조금 중단 시) 비싼 수업료로 운영될 만한 우수성과 생존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➂ 그러므로, 재정결함보조금의 갑작스런 중단은 사학운영의 자유를 유명무실하게 만들게 되는 것이다.
또한 지난 약 30년 동안 각종학교는 의무교육을 대행하면서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았으며, 그 과정에서 위와 같은 교직원과 학교의 물적 시설에 대한 다양하고 포괄적인 규제 하에 놓여 있었다. 그러한 규제 하에서, 각종학교가 고액의 수업료를 받아 우수하고 독자적인 교육을 할 정도로 생존력을 지니기는 불가능한 현실이다. 그러므로 수십 년간 받아오던 재정결함보조금의 중단은 정규 각종학교의 사립학교 운영을 피폐화시킬 가능성이 농후하다.
달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과도한 규제로 인한 사학의 자율성 손상은 어디에서 회복되어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서울대 사법학과 학·석사 출신으로 1989년 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군법무관을 거쳐 1995년에 검사로 임용되어, 공안, 기획, 특수, 강력, 의료, 식품, 환경, 외국인범죄, 산업안전, 명예훼손, 지적재산, 감찰, 송무, 공판 등의 업무를 담당한 바 있고,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으로 헌법재판을 경험한 후 법무부 국가송무과장으로 대한민국 정부 관련 국가송무를 총괄하면서 주요 헌법재판, 행정재판 및 국가소송 사건을 통할하고, 정부법무공단의 발족에 기여했다. 미국과의 SOFA 협상에 참여한 바 있으며, 항고, 재기수사명령 등 고검 사건과 중요경제범죄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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