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험생들 “정작 바꿔야할 것은 구태의연한 정치인들의 행동과 무능” 일침
행시 폐지론이 또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수험생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지난 19일 더불어민주당 내 더미래연구소는 「국민을 위한 관료 : 공무원 인사제도 개혁 방안」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하고 행시폐지를 언급했다.
이 자리에서 최지민 선임연구원은 능력 차이는 거의 좁혀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입직급수별 선발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최 선임연구원은 “공공영역의 절대적 인재가 부족하던 개발연대에는 고시로 통칭되는 5급 관료의 임용방식이 엘리트 영입에 효과적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며 “지난 20년 간 사회의 전반적인 교육수준이 비약적으로 높아졌고 행정고시뿐만 아니라 7, 9급 공무원 합격자의 대다수가 대학 졸업자들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14년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의 조사결과, 응답자들은 급수를 막론하고 신규 채용자의 기본자질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응답했으며 이러한 인식은 중앙, 지방공무원, 전문가 공통 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도한 계급제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5급 채용제도를 전면적으로 폐지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며 “5급 공채기수의 동질성, 5급 입직자를 선호하는 조직문화로 인해 계급제의 부작용을 극복하려는 다수의 개혁시도가 의도하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5급 공채를 폐지하는 대신 7급 일괄 선발을 대안으로 내놨다. 최 선임연구원은 “기존 5급 공채 인원을 일괄 7급으로 선발하게 되면 종전에 300명에게만 실질적으로 부여되었던 고위직 진입통로가 7급 인원 전체에게 개방되는 효과를 낳는다”며 “고시출신이라는 소수집단의 동질성을 깨고, 업무능력만으로 입직자들을 평가할 수 있는 출발선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더미래연구소의 이 같은 주장에 수험생들은 불편한 심기를 여실히 드러냈다. 특히 사법시험 폐지에 이어 행시까지 없애려는 더불어민주당에 강한 반감을 표시했다. 5급 공채를 준비하는 이 모씨는 “세월호 참사 때나 국정농단 등 국가에 무슨 사건만 터지면 공무원 채용제도부터 손보겠다고 하는 발상은 이제 지겹기까지 하다”며 “정작 바꿔야할 것은 구태의연한 정치인들의 행동과 무능이다”고 일침을 가했다.
더욱이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모임(이하 고시생모임)은 24일 여의도 민주당사를 찾아 규탄 집회를 열었다. 고시생모임은 “더불어민주당이 사법시험 폐지에 이어 행정고시마저 폐지하려고 한다”며 “서민과 민주주의를 입에 달고 사는 더불어민주당이 공정사회의 상징과도 같은, 서민에 있어 기회의 사다리인 사법시험과 행정고시를 폐지하려는 태도에 경악을 금할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사법시험과 행정고시를 폐지시키고 그 자리를 기득권과 특권층의 자녀를 낙하산으로 채우는 현대판 신분사회를 만들려는 것이 민주당의 목표가 아닌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고 반문하며 “행정고시를 폐지시키고 7급으로 통합하면 승진기회가 많다는 것은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고시생모임은 유력한 대권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에게 “사시폐지와 행시폐지에 대해서는 왜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인가? 절대 침묵으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전하며, 이에 대하여 입장을 밝힐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한편, 행시폐지 반발여론이 확산되자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개편안은 어디까지나 아이디어 차원에서 나온 것이지, 당론은 아니다”고 진화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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