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동춘 변호사(법무법인 집현)
[이동춘 변호사의 법률이야기] 구성적 신분의 소급적 소멸에 관한 사례
- 2014. 5. 22. 선고 2012도7190 전원합의체 판결을 중심으로 -
1. 이 사건의 사실관계 및 쟁점
甲은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의 조합장이었던 자이고, 乙은 위 조합의 총무이사였다. 이들은 공모하여 2009년 12월 16일 조합총회 결의사항인 철거감리업체 선정을 조합총회 결의 없이 선정하였다. 그리고 조합의 임원은 조합원의 신청이 있으면 조합과 관련된 정보를 공개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2009년 1월 28일 조합 관련사건 변호사비용의 공개 신청을 거절하였고, 2011년 1월 18일 건축사무소 선정에 따른 선정일자와 선정방법에 관한 자료 등의 공개 신청을 거절하였다. 이들은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이라 함) 제85조 제5호, 제24조 제3항 제5호 및 제86조 제6호, 제81조 제1항 위반행위로 기소되었다. 1심은 피고인들에게 각 벌금 200만 원을 선고하였고, 피고인들의 항소는 기각되었다. 그런데 위 형사소송과는 별도로, 조합원들이 구청장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조합설립인가처분 무효 확인 청구가 인용되어 확정되었다. 이에 피고인들은 위 위반행위는 신분범인데 행정소송 판결에 의하여 자신들의 신분이 처음부터 부존재함이 확인되었으므로 신분범은 성립할 수 없다는 취지로 상고하였다.
이 사안에서는 행위자에게 일정한 신분이 있어야 범죄가 성립하는 구성적 신분이 행위시에는 있었지만 사후에 소급적으로 소멸한 경우, 행위시에 신분이 있었음을 이유로 행위자를 처벌할 것인지 아니면 소급적으로 소멸했음을 이유로 처벌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하는지가 쟁점이 되었다.
2. 대법원 판결요지
[다수의견] 구 도시정비법 제85조 제5호 위반죄 또는 제86조 제6호 위반죄는 각 규정에서 정한 행위자만이 주체가 될 수 있고, 여기에서 그 주체로 규정된 ‘조합의 임원’ 또는 ‘조합임원’이란 구 도시정비법 제13조에 따라 정비사업을 시행하기 위하여 토지등소유자로 구성되어 설립된 조합이 구 도시정비법 제21조에 따라 둔 조합장, 이사, 감사의 지위에 있는 자이다. (중략) 따라서 토지등소유자로 구성되는 조합이 그 설립과정에서 조합설립인가처분을 받지 아니하였거나 설령 이를 받았다 하더라도 처음부터 조합설립인가처분으로서 효력이 없는 경우에는, 구 도시정비법 제13조에 의하여 정비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는 행정주체인 공법인으로서의 조합이 성립되었다 할 수 없고, 또한 이러한 조합의 조합장, 이사, 감사로 선임된 자 역시 구 도시정비법에서 정한 조합의 임원이라 할 수 없다.
이러한 법률 규정과 법리에 비추어 보면, 정비사업을 시행하려는 어떤 조합이 조합설립인가처분을 받았다 하더라도 그 조합설립인가처분이 무효여서 처음부터 구 도시정비법 제13조에서 정한 조합이 성립되었다고 할 수 없는 경우에, 그 성립되지 아니한 조합의 조합장, 이사 또는 감사로 선임된 자는 구 도시정비법 제85조 제5호 위반죄 또는 제86조 제6호 위반죄의 주체인 ‘조합의 임원’ 또는 ‘조합임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며, 따라서 그러한 자의 행위에 대하여는 구 도시정비법 제85조 제5호 위반죄 또는 제86조 제6호 위반죄로 처벌할 수 없다.
[반대의견] 구 도시정비법 제24조 제3항, 제81조 제1항, 제84조, 제85조 제5호, 제86조 제6호를 살펴보면, 조합원 등과 조합의 법적 이익이 정당하게 보호될 수 있기 위해서는 조합의 최종적인 운명에 관계없이 조합설립인가의 시점부터 조합이 공법상의 지위를 상실하는 확정적인 판단을 받는 시점까지, 또는 목적달성으로 그 지위가 소멸되는 시점까지 조합임원에 대한 법적 명령이나 금지가 유효하게 존재한다고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위 규정들은 조합설립인가처분에 의하여 법적 실체를 갖게 된 조합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되도록 하기 위한 목적에서 생겨난 것이기 때문이다. (중략) 위 각 행위 시점에서 그 행위자가 객관적으로 조합임원이었고 자신이 조합임원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한 상태에서 조합임원에게 주어진 법적 명령이나 금지를 위반한 이상 그 행위 당시의 형벌규정에 의하여 처벌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 점은 범죄가 성립된 시점 이후에 조합설립인가처분 무효확인 또는 취소의 판결이 확정되었다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이러한 결과는 죄형법정주의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없다. 범죄행위가 기수에 이른 시점 이후에 생겨난 조합설립인가처분 무효 또는 취소라는 사정을 반영하여 이미 성립된 범죄를 그에 관한 재판의 시점에서 달리 평가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죄형법정주의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3. 판례 해설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조합의 임원 신분을 가진 피고인들의 범죄행위 후 사후적으로 조합의 설립이 무효 확인됨으로써 결과적으로 처음부터 조합이 성립되었다고 볼 수 없는 경우, 조합의 임원이라는 신분이 있어야 범죄가 성립하는 구 도시정비법 제85조 제5호 등 위반죄가 성립될 수 없다고 보았다. 다수의견의 판단은 법논리적 관점에서 일응 타당해 보이나, 형법은 본질적으로 행위규범이라는 관점에서 고찰해보았을 때 사안과 같은 경우 행위 당시 그 무효가 된 법률관계가 형성한 질서 내에서 부여된 의무에 위반한 행위는 신분범에 해당한다고 본 대상판결의 반대의견이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다.
또한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에 대해서는 임용행위가 무효인 공무원이 수뢰하였을 경우 이를 뇌물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판단한 대법원 2014. 3. 27. 선고 2013도11357 판결과 비교해보았을 때 논리의 일관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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