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앤피뉴스 - [문경보의 진학상담이야기] 스포츠 상담사의 아모르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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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보의 진학상담이야기] 스포츠 상담사의 아모르 파티

피앤피뉴스 / 기사승인 : 2024-12-06 10:5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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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상담사의 아모르 파티”



한솔이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상담실로 들어섰다. 한참을 쭈뼛거리고 서 있었다. 동글동글하게 생긴 외모만큼이나 평소에 부드럽게 행동하는 한솔이와 친한 나는 아무 말하지 않고 한솔이를 바라보며 장난기 어린 표정을 지으며 웃기만 했다.
“저. 음. 저·· 선생님. 혹시 제 동생이 초등학생인데 상담해 주실 수 있나요?”
“한솔이 동생? 한솔이 동생이니까 두솔이?”
“아니에요. 다솔이에요. 야, 마다솔!”
한솔이가 복도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한솔이가 그렇게 위엄 있게 소리를 지르는 것을 처음 들은 나는 살짝 놀랐다. 형 뒤에 숨은 채 까무잡잡한 얼굴만 내민 다솔이는 형보다 훨씬 귀여운 소년이었다.
“네가 다솔이구나. 이리 와봐라.”
다솔이는 형의 눈치를 보면서 살금살금 내 옆으로 다가왔고, 나는 상담용 책상 위에 있는 과자와 음료를 가리키며 마음껏 먹으라고 했다. 얼굴에 웃음꽃이 마구마구 피어난 다솔이는 찡그린 형의 표정은 바라보지도 않고 책상에 앉아 초코파이와 음료를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한솔아. 그런데 어쩌지? 네 동생은 우리 학교 학생이 아니라서 내가 학교에서 상담하기가 좀 어려워. 그리고 초등학생이라서 부모님께 허락도 받아야 하고 말이야.”
“그러시죠. 그래서 저도 계속 망설였어요. 죄송해요. 선생님. 부담을 드려서.”
“죄송하기는 뭘. 그런데 망설이면서도 선생님께 상담을 부탁한 이유가 있을 텐데 그건 좀 궁금하네. 다솔이네 학교에도 상담 선생님이 계실 텐데 말이야.”
“실은 다솔이는 축구선수였어요. 그런데 작년, 그러니까 5학년 겨울방학 때 훈련하던 도중에 다쳐서 이젠 축구를 못 하게 되었어요. 성장판을 다쳐서 선수 활동을 하기는 어렵대요. 수업 시간에 선생님께서 중학교 때 씨름하다가 무릎을 다쳐서 운동선수 생활을 못 하게 되었다는 말씀이 기억났어요. 그래서 선생님께서 다솔이에게 도움을 주실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했어요.”
다솔이가 한솔이의 뒤에 와서 무엇인가 애절한 눈빛을 하며 나를 바라보고 서 있었다. 나는 다솔이를 향해 빙긋 웃으며 말했다.
“마다솔! 더 먹어도 괜찮아. 사나이가 배부를 때까지 먹을 줄도 알아야지!”
다솔이가 꾸뻑 인사를 하고 다시 책상에 앉아서 과자들을 먹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참 귀여웠다. 그렇지만 다솔이의 마음속에 있는 불안과 공포를 생각하니 내 마음이 아렸다. 그건 어쩌면 애써 감춰두었던 내 상처의 신음일 수도 있었다.
“한솔아. 일단 하루만 선생님에게 생각할 시간 좀 주겠니?”

나는 그날 저녁 꽤 늦게까지 상담실에 있었다. 어둠이 내려앉은 교정을 바라보며 나의 중학교 시절을 떠올렸다. 가난했다. 씨름을 하면 먹고 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체육 선생님의 제안을 아무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다. 부모님도 별 반대가 없으셨다. 아마 내가 취미 정도로 씨름을 생각하고 있는 줄 아셨던 것 같다. 운 좋게 중학교 씨름판에서 인정받는 선수가 되었다. 2학년 가을에 씨름의 명문 H고등학교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고, 고등학교 형들과 함께 연습도 했다. 그러던 중 서울시 종별 선수권대회에서 슬개골이 부서지는 부상을 입었고 나는 선수의 꿈을 접어야 했다. 그래서 중학교 3학년 한해는 내 삶에서 가장 우울하게 보낸 시간이었다. 그 후 나의 삶은 비교적 순탄했으나 그때의 우울감은 잊을만하면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오늘 착하고 귀여운 형제 한솔이와 다솔이를 만났다. 어쩌면 이 만남은 애써 무의식 속에 감춰두었던 나의 상처를 아물게 하는 작업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였다.
다음 날 나는 교감 선생님과 교장 선생님께 상황을 설명하고 한솔이와 다솔이를 함께 상담하는 조건으로 상담 허락을 받았다. 한솔이 담임 선생님과 부모님께도 말씀드리고 상담 방향도 함께 의논하였다. 그리고 다솔이 담임 선생님과 상담 선생님께도 말씀을 드리고 양해를 구했다. 그렇게 다솔이와의 상담은 시작되었다.

“한솔이는 다솔이 옆에 있다가 궁금한 것은 나에게 물어보고, 선생님이 혹시 말을 어렵게 하면 다솔이에게 설명하는 역할을 해 주렴. 내가 알아야 할 부분을 보충 설명해 줘도 괜찮고.”
한솔이는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고, 다솔이는 아주 심각하고 날카로운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승부사의 기질이 느껴졌다. 운동을 했던 친구가 틀림없었다.
“다솔아. 선생님이 좀 어려운 질문 하나 할게. 어려우면 어렵다고 말해주면 고맙겠다. 자, 우리 마다솔 어린이의 가장 큰 고민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뭘까요?”
“저 뭐 먹고 살아요?”
“먹고 사는 게 제일 큰 고민이구나. 축구를 못 하게 되어서 그런 거니, 아니면 그런 고민을 하게 된 다른 이유도 있니?”
“둘 다요. 선수를 못하게 되고 나서 교실에서 수업받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그런데 수업이 너무 어려웠어요. 어떤 과목은 무슨 말인지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어요. 전 남한테 지는 게 너무 싫은데 교실에서는 매일 지는 게임만 하는 것 같았어요. 우리 반 은하는 수학 문제를 잘 풀고 철빈이는 국어를 잘하고 민영이는 영어를 정말 잘해요. 하늘이는 악기를 잘 다뤄요. 유학도 생각한대요. 애들이 다 잘하는 게 있는데 전 아무것도 못 해요. 그래서 이다음에 먹고 살 수 없을 것 같아요.”
“선생님이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넌 어떻게 반 친구들이 뭘 잘하는지 그렇게 잘 알고 있니?”
“얘, 자리에서 교실에서 제일 뒷자리에요. 공부는 하지 않고 여기저기 두리번거리기만 해서 그럴 거에요.”
“아니거든. 선생님. 그게 아니고요. 제가 축구선수 할 때 골키퍼였어요. 그래서 관찰하는 훈련을 많이 받아서 그런 거에요.”
“어? 너 왜 형한테는 그 얘기 안 했어?”
“형이 말할 시간을 안 줬잖아. 그리고 그런 말하면 축구 생각나서…”
다솔이가 울먹거렸고, 머쓱해진 한솔이가 다솔이의 어깨를 도닥거렸다. 의가 좋은 형제였다.
“힘들었을 텐데 이야기해 줘서 고맙다. 다솔아. 선생님이 하나 더 물어볼게. 너는 그런 반 친구들을 보고만 있었니?”
“아니요. 친구들에게 가서 솔직하게 칭찬해 줬어요. 너 진짜 국어 잘한다. 어떻게 그렇게 악기를 잘 다루니? 부럽다. 뭐 이렇게요.”
“가만있어 봐라. 그것도 골키퍼가 하는 일이랑 비슷할 수도 있겠다.”
“맞아요. 골키퍼는 공을 잘 막기도 해야 하지만 우리 편 선수들을 격려하는 역할도 해요. 진짜 멋진 자리에요.”
“그럼. 그 친구들은 너에게 어떻게 했니? 너에게 와서 수학도 가르쳐 주고, 악기 연주하는 법도 알려주고 그랬니?”
“아니요. 쉬는 시간만 되면 제 자리에 와서 자기 이야기만 막 하다가 가요. 어떨 때는 먼저 하겠다고 싸우기도 했어요. 저는 그냥 듣기만 했는데 지들 혼자 말하면서 웃다가 심지어 울기까지 해요. 저는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고맙다고 하고는 그냥 가요.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선생님. 다솔이 지난달에 반에서 ‘고마운 친구’상도 받았어요.”
“그렇구나. 다솔이가 고마운 친구였구나. 그런데 즐거운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우리 다솔이 표정이 좀 어둡네.”
“고마운 친구 상이 저를 밥 먹고 살게 해 주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래. 다솔이 말이 맞다. 자 그럼 오늘 상담은 여기까지 하고 다음 주에 답을 찾는 상담을 하는 걸로 하자. 우선 오늘 다솔이의 고민을 해결해 줘야겠다. 짜장면 콜?”
다솔이가 콜! 하고 크게 외치고 한솔이는 빙그레 웃었다. 세 남자는 중국집에 가서 짜장면과 탕수육을 배부르게 먹고 헤어졌다.

두 번째 상담 날.
“다솔아. 선생님이 곰곰 생각해 보았는데 너는 이다음에 상담사가 되면 좋겠다.”
“상담사요?”
“그래. 다른 사람을 잘 관찰하고, 장점을 적극적으로 칭찬해 주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란다. 연습을 많이 해도 어려운 일이란다. 그런데 너에게는 그런 재주가 있어. 골키퍼를 한 덕분인 것 같은 생각도 드네. 상담사는 남의 고민을 들어주는 직업인데, 너에게는 아주 잘 맞을 것 같아.”
“저, 그거 할래요. 우리 엄마도 상담사 그거 하는 분이거든요.”
“야, 엄마는 화장품 상담해 주는 분이야.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상담사랑은 다른 거야.”
“그렇구나. 어머님께서 화장품 상담해 주는 일을 하시는구나. 사람을 아름답게 해 준다는 점에서는 그것도 좋은 상담이라고 선생님은 생각한다.”
“선생님. 상담사 그거 하면 먹고 살 수 있어요?”
“그럼.”
큰 소리로 웃으면 신이 난 다솔이를 보면서 유쾌한 상담은 일단 그렇게 끝났다.

- 선생님. 저 기억하실지 모르겠어요. 한솔이 형이랑 함께 상담받았던 다솔이에요. 세월 참 빠르네요. 십오 년 만에 인사드려요. 그동안 연락도 못 드리고, 죄송한 마음이 먼저 앞서네요. 건강하시죠? 여기 미국이에요. 선생님 말씀 듣고 상담을 공부하기 위해 미국에 와 있어요. 대학 과정은 다 마치고 이제 다음 단계를 밟으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느 분야를 해야 할지 조언받고 싶어서 연락을 드렸어요. 스포츠 상담을 선택하는 게 좋겠다고요? 운동을 하다가 다친 친구들, 또 운동선수의 길을 가는 동안 고민이 생긴 친구들의 마음과 만나는 일이 제게 어울린다고요? 사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선생님 말씀 들으니까 확실하게 결정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고맙습니다. 늘 제가 망설이는 순간마다 길을 안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예? 아니라고요. 선생님께 고마워할 것이 아니라 상처 입었던 다친 제 무릎에게 감사해야 한다고요? 그 덕분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고요? 인생은 상처가 준 선물로 가득 차 있다고요? 제가 상담사의 길을 걸어갈 때 만날 내담자들에게 그 선물을 발견하게 해 주는 것이 제 일이라고요? 선생님. 감사해요. 제 상처가 저를 빛나게 해 준다고 생각하게 해 주셔서 감사해요.

그로부터 다섯 해가 흘렀다. 아주 건장하게 생긴, 그러나 여전히 귀여운 얼굴을 한 다솔이와 중국집에서 짜장면과 탕수육을 먹었다. 이번 음식값은 다솔이가 냈다. 향기 좋은 커피를 앞에 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 웃음꽃을 피웠다.
“그런데, 다솔아, 왜 얼굴 한쪽에 그늘이 보이니?”
“어? 그게 보이세요? 에이 오늘은 그냥 편안하게 선생님 대접하려고 했는데, 선생님께 부담을 드리게 되네요.”
“이십 년 전에 네 형 한솔이가 나에게 상담을 부탁했을 때, 부담을 드려서 죄송하다고 했는데, 역시 형제는 못 속여. 괜찮아. 품앗이하면 되는 거야. 나도 나중에 마 상담사님께 상담받을 때가 올 거야. 나도 운동선수 출신이잖아. 하하”
다솔이는 함께 웃었지만, 자신의 고민을 말하지 않았다. 음식점을 나와 옛날에 상담을 나누었던, 이제는 퇴임한 학교로 들어섰다. 학교를 천천히 걷고, 운동장에서 옛날 상담실이 있던 자리를 함께 바라보았다.
“선생님 덕분에 먹고 사는 문제는 해결할 수 있게 되었어요. 이 길은 어렵지만 가 볼만한 길인 것 같고요. 그런데 기운이 하나도 없고 무력해지는 현상이 자주 일어나요. 패턴을 점검 해보니까 새로운 일을 시작 할 때마다 그런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자기분석도 하고, 다른 상담사에게 상담도 받으면서 초등학교 때 축구선수를 못하게 되었을 때 느낀 좌절감을 완전히 풀어내지 못해서 그랬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덕분에 좀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힘드네요.”
아주 오랜 시간 침묵이 흘렀다. 다솔이의 눈에선 눈물이 흐르고 교정에는 강한 바람이 계속 지나갔다. 학교 건물 꼭대기에 있는 교기와 태극기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하는 아주 작은 소리로 혼잣말하듯 이야기했다.
“저 깃발은 참 낡았다. 한 삼십 년은 되었을 것 같네. 얼마나 많은 바람이 저 깃발을 흔들고 갔을까? 그 바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바람은 가고 없지만 깃발은 그대로 그 자리에 있네. 깃발과 바람, 누가 더 힘이 셀까? 깃발은 바람에 시달린 것일까? 어쩌면 바람들은 깃발을 흔들려고 왔다 간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있어 준 것이 고마워서 온몸으로 포옹을 한 것은 아닐까? 바람 때문에 아프지만 그 아픔보다 깃발이 더 큰 존재이기 때문에 바람마저 품어내며 저 자리에 서 있는 것은 아닐까? 불쑥불쑥 나타나는 그 아픔이, 그 힘겨움이, 그 절망이, 그 상처가 나와 반대 쪽에 있는 것들이 아니라 그것 또한 내 안에 있는 내 삶이 아닐까? 애써 밀어내려 하지 말고 품고 가야 하는 것들이 아닐까? 어떤 모양으로 다가서든 내가 만난 운명들을 사랑하는 것은 어떨까? 운명은 나를 흔드는 것이 아니라 나와 포옹하고 싶어 하는 것일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래야 운명이 주는 선물의 의미를 알게 될 것이고 말이다.”

다솔이가 느릿느릿 이어지는 나의 말을 차곡차곡 마음에 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다솔이 정도라면 나의 말을 자신의 언어로 바꾸어 천천히 되새김질하며 자신의 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으리라 나는 믿었다. 그렇게 다솔이와의 이십 년 동안의 상담은, 아니 나와의 상담은 끝났고, 나는 그날 아주 편안하게 단잠을 자면서 그동안 애써 멀리했던 수많은 사람을 꿈속에서 즐겁게 만나는 행운을 누렸다.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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