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앤피뉴스=마성배 기자] 가상자산의 담보 설정에서부터 딥페이크에 따른 사생활 침해까지, 디지털 기술이 몰고 온 민사법의 변화 흐름을 짚고 법제 개선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인공지능이 계약 당사자가 될 수 있는 시대, 과연 현행 법제는 그 속도를 따라가고 있을까.
한국법제연구원(원장 한영수)은 25일 오후 고려대학교 CJ법학관 베리타스홀에서 한국재산법학회, 고려대 법학연구원과 함께 ‘디지털·인공지능 시대의 변화된 민사법’을 주제로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사회 현실 속에서 민사법이 당면한 과제를 진단하고, 새로운 기술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법적 해석과 입법 방향을 함께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현장에서는 특히 가상자산, 인공지능(AI), 디지털 유산, 딥페이크 등 지금 가장 뜨거운 법적 이슈를 중심으로 열띤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총 다섯 건의 발표가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전우정 KAIST 교수는 ‘가상자산 담보권 설정 및 강제집행의 법적 쟁점’을 중심으로, 블록체인 기반 자산에 대한 실효성 있는 집행 메커니즘 마련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어 장원규 한국법제연구원 AI법제팀 연구위원은 ‘AI 개발계약의 계약법상 접근’을 주제로 발표하며, 인공지능 개발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권리귀속, 책임 분배 등 핵심 요소들을 계약 단계에서 어떻게 반영해야 할지 조망했다.
김태훈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는 디지털 세대의 사후 자산 관리 문제를 조명하며 ‘디지털 유산’ 개념의 민사법적 규율 필요성을 제기했고, 신지혜 한국외대 교수는 인공지능의 구축과 활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책임 소재를 정리했다. 고세일 충남대 교수는 최근 사회문제로 부상한 ‘딥페이크와 사생활 보호’를 주제로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주제별 토론에도 전문가들이 나섰다. 정원준 한국법제연구원 AI법제팀장은 AI 책임론 토론에서 “인공지능의 판단과정은 기술적 특성상 예측이나 설명이 어렵다”며 “개발 초기부터 법적 규제 장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이용 단계에서는 통제가 거의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배효성 부연구위원 등도 각각의 발표에 대해 논의하며, 제도적 균형과 법적 명확성 확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영수 한국법제연구원장은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민사법의 기초가 되는 재산법 구조에도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번 학술대회가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법적 대응을 논의하는 소중한 시작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법제연구원은 지난해부터 인공지능 시대의 제도적 대응을 본격화하기 위해 ‘AI법제팀’을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연구원은 향후 AI 기술 활용에 따른 법적 공백을 최소화하고, 혁신과 책임이 조화를 이루는 법제 마련에 집중할 계획이다.
피앤피뉴스 / 마성배 기자 gosiwee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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